누군가의 하루

by.일상의 기록, 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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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하루

눈뜨고 감을때까지 그저 하루를 기록하는 뉴스레터

by.일상의 기록, 감도 2024.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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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오늘 하루

그저 평범했던 오늘 하루를 다르게 또는 평범하게 관찰하는 시리즈
시리즈 커버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빛이 방 안에 희미하게 스며들어 있었다. 창문을 통해 흐릿한 하늘이 보였고, 잠에서 깨어난 머리는 아직 둔하고 무거웠다. 몸을 일으켜 간단히 씻은 뒤 커피를 준비한다. 물이 끓기를 기다리는 동안 창가에 서서 바깥을 내다보았다. 바람에 나무 가지들이 가볍게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출근을 준비하듯 분주히 움직이고, 멀리서 들려오는 소음이 아침의 고요함을 깨운다. 그러나 그런 소리마저 내게는 차분하게 들려서, 바쁜 세상 속에서도 혼자 고요함을 누리는 기분이다.

커피가 완성되면, 잔을 손에 들고 방 안을 천천히 거닐었다. 책상 위에는 어젯밤 적다 만 메모가 아직 그대로 남아 있다. 글을 쓰다 멈춘 문장들,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미완으로 남겨진 표현들이 무언가를 말하려는 듯 조용히 놓여 있다. 한참을 바라보던 끝에 의자에 앉아 다시 그것을 마주한다. 빈 종이에 펜을 들고 가만히 생각을 모아본다. 무언가를 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그게 무엇인지 확실치 않다. 가끔은 이 망설임이 나를 더 깊이 들여다보게 하는 것 같다.

조금 더워진 커피를 천천히 마시며 떠오르는 생각들을 하나씩 정리해본다. 아침에 느껴지는 이 고요함은 글로 풀어내기엔 늘 부족함이 남는다. 오히려 말하지 못한 부분들이 나의 글 속에 자리잡고, 그것들이 글을 더 풍부하게 만들어주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대화를 나누다 보이지 않는 이해가 오가는 것처럼, 글 속에서도 말하지 않은 부분들이 존재감을 가지는 듯했다.

오늘 하루는 특별할 것 없는 일상으로 흘러갈 것이다. 아침을 먹고, 잠깐 산책을 나갔다가 책도 한 권 꺼내 읽어볼 계획이다. 요즘 같은 날씨에는 가벼운 겉옷 하나 걸치고 느긋하게 동네를 돌아다니기 좋다. 걷다 보면 익숙한 골목과 익숙한 가게들이 반갑게 다가오고, 어딘가에서 고소한 빵 굽는 냄새가 풍겨온다.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 가게마다 펼쳐진 일상의 풍경들이 소소한 기쁨으로 다가온다.

최근 SNS를 습관처럼 바라보고 있다. 화려한 삶들 속에 뒤처진 나를 보면 그저 평범한 여느 하루와 같은 인생이구나 깨닫는다. 보잘 것 없어보여도 저마다 색깔이 있다고 믿으며 산책을 마치고 돌아와 점심을 준비하면서 어렴풋이 느낀다.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작은 변화와 발견이 있다는 것을. 그날그날 보이는 풍경도, 만나는 사람들도 조금씩 다르다. 커피를 마시는 순간, 거리를 걷는 발걸음,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가지들. 그 모든 것이 나만의 고유한 하루로 기록된다. 오늘의 나는 어제와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이 새삼스레 고맙게 느껴진다. 그렇게 조용하고 단순하게 채워지는 하루가, 나를 조금씩 다져주는 것 같다.

저녁이 되어 창밖에 어둠이 내려앉았다. 낮의 활기찼던 거리도 조용해지고, 나는 하루를 마무리하며 다시 커피 한 잔을 손에 들었다. 오늘 하루는 특별할 것 없이 평온하게 흘러갔지만, 저녁에는 마음속에 작은 감정들이 차오르는 것을 느낀다. 어렵고 복잡한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마다 도움을 받지 않았다면 이 하루가 다르게 흘러갔을지도 모른다.

가까운 사람들의 조언, 혹은 그저 옆에 있어 주던 존재들이 떠오른다. 그들이 있어서 내게 평온한 하루가 허락되었다는 생각이 든다. 말하지 않아도 서로를 이해해주고, 필요할 때마다 묵묵히 곁에 있어준 그들의 따뜻한 마음이 이제야 선명하게 느껴진다. 내 곁에서 조용히 지지해준 이들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내가 지나온 수많은 순간들이 결국에는 그들의 도움으로 더 단단해졌음을 깨닫는다.

오늘 하루도 평범해 보였지만, 결국에는 그런 소소한 사랑과 응원이 있었기에 무사히 마무리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이 감사함을 내일도 기억하며, 나 역시 누군가에게 조용히 힘이 되어줄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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