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어쩐지 마음이 허전했다. 아침부터 수십 개의 메일에 답장하고, 회의와 보고서로 바쁜 하루를 보내며 그동안의 스트레스를 다 털어냈을 줄 알았건만, 마음 한켠에는 이상하게도 쓸쓸함과 허무함이 남아 있었다. 무엇이 이런 감정을 불러일으키는지, 몇 번이고 곱씹어봐도 명확한 이유는 떠오르지 않는다. 혹시 지금 내가 살아가는 이 평범한 일상에 대해 지쳐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니면 매일 반복되는 업무 속에서 어느새 길을 잃어버린 것일까? 그런 생각이 이어질수록, 머릿속은 더 혼란스러워진다.
집에 도착해서도 쉽게 마음이 진정되지 않았다. 어두운 방 안에서 조용히 불을 켜고, 냉장고에서 맥주 한 캔을 꺼내 들었다. 한 모금 머금으며 깊게 숨을 내쉬자, 비로소 몸의 긴장이 조금씩 풀어졌다. 하루를 마무리하는 이 순간이야말로 진짜 나를 만나는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들 앞에서 느껴야 했던 부담과 가면을 벗고, 오롯이 나 자신만 남는 순간. 손에 쥔 맥주 캔을 한 번 흔들어 보고, 가볍게 한 모금씩 마시다 보니 오늘의 일들이 떠올랐다. 프로젝트가 계획대로 흘러가고 있지만, 마음속에는 그저 흐릿한 만족감만이 남아있다. 분명히 나는 열심히 일했고, 성과도 인정받고 있지만 그저 그런 나날의 반복이 되어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어리를 꺼내 잠깐 들여다보았다. 매일 기록해왔던 수많은 계획과 목표들, 하나씩 체크하고 이뤄나가면서도 마음속에는 여전히 알 수 없는 공허함이 자리하고 있다. 머릿속에서만 맴돌던 작은 목표들, 마치 커다란 이상에 대한 희망처럼 시작했지만 어느새 익숙해져 버린 일상의 일부가 되었다. 스스로 다짐했던 수많은 다짐들, 더 나은 미래와 성취를 위해 세웠던 계획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희미해지고, 더 이상 설렘이나 기대감이 아닌 그저 반복되는 일과로 남았다. 더 이상 이 길이 맞는지조차 확신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보면서, 깊은 한숨이 나왔다.
나는 과연 이대로 괜찮은 것일까? 이런 생각에 빠질 때면 괜스레 복잡한 마음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맥주 한 캔을 마시며 천천히 마음을 가라앉히고, 차분히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다시 생각해보고 싶다. 책상 위에 놓인 다이어리 페이지를 넘기며, 조금 더 솔직하게 나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가기로 했다. 언제부터인가 주변의 기대와 시선을 맞추기 위해 나의 진짜 생각을 숨기고, 이상적인 모습만을 적어나갔던 것이 아닐까. 그동안 무심코 지나쳐온 작은 부분들이 마치 퍼즐 조각처럼 떠올랐다. 각 조각이 모여 완성될 그림은 어쩌면 나 자신도 몰랐던 진정한 나의 모습일지도 모른다.
곧 불이 꺼진 방 안에 고요가 찾아왔다. 한 모금 남은 맥주를 들이켜며, 문득 스스로에게 속삭여 본다. "이제부터는 조금 더 나 자신에게 솔직해도 되지 않을까. 어쩌면 오늘 하루도 나는 답답함을 무시한채 살아가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내 자신에게 또는 내 능력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