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이 왔어

by.콩규

문학,예술

늦가을이 왔어

가을의 끄트머리에서 별안간 찾아온 생경함에 대하여

by.콩규 2024.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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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개의 커다란 낙엽이 겹치고 쌓여 융단이 깔린 듯한 길을 걸었어

으슬한 공기에 하나둘 두툼한 코트를 꺼내 입고

붕어빵이나 호떡 같은 온기 있는 간식으로 몸을 녹이는

그런 계절이 온 거야

 

쌀쌀함이 낳는 쓸쓸함 때문일까

나는 너를 떠올리는 빈도가 부쩍 잦아졌어

엉성한 손바느질을 하다 미싱으로 박음질을 하듯

일주일에 한두 번이던 게 매일이 됐고

가물했던 네 모습도 점차 분명해지는 거야

 

그런데 말이지

그런 선명함 속에도 언제나 뭉개지는 것이 있어

골똘히 그려보고, 애써야만 하는 것

안고 있는 기억의 작은 조각들로 맞춰보아야 하는 것

그러다 끝내 실패하는 것

 

너와의 벚꽃과 바다

 

나에게 그걸 떠올리는 건 너무 생경한 일이야

지금처럼 잎이 노랗게 물들고

바닥에 떨어지고

밟히고

가지만이 남고 

그게 우리가 함께한 계절의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한동안 네 생각이 자주 나지 않았어 

나른한 봄은 시간의 흐름을 더디게 하고 

올해 여름은 유독 길었잖아

 

얼마간 다시 꿈에 자주 나타날 테지?

 

지금, 너의 늦가을은 어떨지 궁금해

너의 봄과 여름만큼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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