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십 개의 커다란 낙엽이 겹치고 쌓여 융단이 깔린 듯한 길을 걸었어
으슬한 공기에 하나둘 두툼한 코트를 꺼내 입고
붕어빵이나 호떡 같은 온기 있는 간식으로 몸을 녹이는
그런 계절이 온 거야
쌀쌀함이 낳는 쓸쓸함 때문일까
나는 너를 떠올리는 빈도가 부쩍 잦아졌어
엉성한 손바느질을 하다 미싱으로 박음질을 하듯
일주일에 한두 번이던 게 매일이 됐고
가물했던 네 모습도 점차 분명해지는 거야
그런데 말이지
그런 선명함 속에도 언제나 뭉개지는 것이 있어
골똘히 그려보고, 애써야만 하는 것
안고 있는 기억의 작은 조각들로 맞춰보아야 하는 것
그러다 끝내 실패하는 것
너와의 벚꽃과 바다
나에게 그걸 떠올리는 건 너무 생경한 일이야
지금처럼 잎이 노랗게 물들고
바닥에 떨어지고
밟히고
가지만이 남고
그게 우리가 함께한 계절의 전부였으니까
그래서 한동안 네 생각이 자주 나지 않았어
나른한 봄은 시간의 흐름을 더디게 하고
올해 여름은 유독 길었잖아
얼마간 다시 꿈에 자주 나타날 테지?
지금, 너의 늦가을은 어떨지 궁금해
너의 봄과 여름만큼이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