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는 지금 어디쯤 있는 걸까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 내쉬며 주위를 두리번거린 적이 있다.
보통 생각지도 못한 곳에 머무르거나 예상하지 못한 인연과의 시간을 헤아릴 때였다.
어쩌다 여기까지 왔을까. 무엇이 우리를 이제껏 만나게 했을까.
그건 모든 순간들 때문일 테지.
아주 비천하다고 여겼던 것과 설사 깨어질까 가슴 졸이며 간직하려 했던 것.
다시는 보지 않으려 했던 것과 너무도 하나가 되고 싶었던 것.
꼭꼭 숨겨두었던 것과 언제라도 꺼내서 펼치고 싶었던 것.
그것들을 주고 받고, 던지고 떠안고, 뱉고 삼키고, 놓아주고 마주했던 모든 순간들 덕분일 테지.
한참 지나 뒤돌아서면 울고 웃었던 게 낯설어지는 이유도,
나를 둘러싼 모든 것에 어리둥절해지는 이유도 그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