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과 바다의 155페이지에 멈춰서.

by.Poesy

문학,에세이

노인과 바다의 155페이지에 멈춰서.

단순한 공간, 하지만 깊은 고독이 깃든

by.Poesy 2024.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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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인과 바다를 읽다 보면, 어느 순간 문장이 아니라 그의 삶 그 자체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마치 주인공 산티아고가 홀로 바다에서 물고기와 씨름하며 자신과 싸우는 것처럼, 헤밍웨이도 글을 쓸 때마다 끊임없이 자신과 씨름했을 것 같다. 155페이지에 멈춰서 그가 쓴 문장을 곱씹어 보니, 단순한 단어들이 그의 열정과 고독, 그리고 집요한 진정성으로 숨 쉬고 있는 것이 느껴졌다.

헤밍웨이는 글을 대할 때 언제나 고독을 선택한 사람이었다. 그의 집필 공간이 그 증거이다. 미국 플로리다 키웨스트의 저택에서 그는 매일 아침 해가 떠오를 무렵 타자기 앞에 서서 하루를 시작했다. 소박한 나무 테이블 위에는 오래된 타자기, 잉크 펜, 그리고 낡은 노트가 놓여 있었고, 글을 쓰는 데에 있어 불필요한 것들은 철저히 배제하고, 오로지 진실된 문장과의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헤밍웨이가 서서 글을 썼다는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그가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궁금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서서 쓰면 더 집중할 수 있었고, 불필요한 장식 없이 오직 단어와의 씨름에 몰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는 매일 정해진 분량을 쓰고,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어가며 자신만의 리듬을 찾아갔다. 타자기 위에서 "조금 더 간결하게, 조금 더 사실적으로" 자신에게 끊임없이 요구했던 그의 모습이 상상된다.

 

사진기자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가 1952년에 촬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사진기자 알프레드 아이젠슈타트가 1952년에 촬영한 어니스트 헤밍웨이.

 집필실에 빼곡히 꽂혀 있는 책들은 그의 문학적 뿌리와도 같다고 생각한다. 그는 그 책들을 통해 좋은 문장이란 무엇인지 배웠고, 그가 좋아했던 작가들의 글에서 영감을 받았다고한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선 좋은 글을 읽어야 한다." 이 한마디로 요약되는 그의 철학은 곧 그의 작업실 풍경을 설명해준다. 벽을 가득 채운 책장 속에서 그는 늘 자신을 갈고닦으며, 글의 깊이를 더하려 애썼다고한다. 그런 그에게 글쓰기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마치 자신을 발견하고 끊임없이 깨트려가는 여정 이었던 것 같다.

 헤밍웨이의 글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안에는 엄청난 무게가 담겨 있다. 그가 이뤄낸 간결함은 단순히 단어의 절제가 아니라, 진정한 깊이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그는 "진실된 문장 하나를 쓰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말했는데, 그 말이 이제는 이해된다. 그가 글을 쓸 때의 고통과 집요함이 바로 그 한 문장, 한 페이지, 내가 읽은 155페이지 속에 녹아 있는 것이다.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그가 남긴 공간과 그가 겪었던 고독, 그리고 집필의 고통을 함께 느껴 보길 바란다. 그의 글쓰기 방, 그곳에 놓인 타자기와 수많은 책들. 이번 어니스트 헤밍웨이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그가 남긴 글의 깊이와 그가 지녔던 열정의 일부를 느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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